일기장

미국 집중 호우 (스콜) 장난 아님

질긴고기 2022. 2. 2. 00:26

미국 남동부 집중호우 때는 집 밖에 나가지 마세요.

캐나다 국경과 맞닿아있는 근처의 미국은 진짜 춥다. 8월 중순만 되면 벌써 바람이 차서 웬만큼 더위를 타지 않고서는 꼭 긴팔 옷을 소지해야 한다. 8월 중순부터 말이다. 그리고 10월쯤 되면 폭풍이 한 번씩 스치는 동네도 있고 비가 얼어 진눈깨비가 한 번씩 쓸고 가는 동네도 있다. 내가 살았던 동네는 해안가 근처였는데 그 해안가를 따라 10월~11월쯤 태풍이 한 번씩 올라왔다. 아주 뭐 싹 다 뒤집어 놓고 간다. 그리고 급격한 추위도 덤으로 가져왔다. 진짜 추위를 못 참는 나로서는 아주 쥐약이었다. 뭐 그렇지만 북쪽이니까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반대로 이 따뜻한 남쪽나라인 미국 남동부는 눈보다는 비가, 그것도 아열대성 스콜이 여름에 미친 듯이 온다. 거의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내린 기간도 있었다. 비를 극혐 하는 나로서는 아주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예전에 살았던 정말 예쁜 개미굴 풍경

이 영상을 보자. 얼마나 청명한가. 내가 영상 밑에 개미굴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원래 미국에서 이런 단독주택단지를 subdivision 이라고 표현한다. 약간... 아파트 단지의 단독주택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근데 그 모습이 위에서 보면 꼭 개미굴의 단면도 같아서 난 개미굴이라 부르는데 미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과 얘기할 때 섭디비전 대신 개미굴이라고 표현해도 대충 알아듣는다. 하여튼 저 영상, 나 진짜 맹세코 어떠한 카메라 필터도 적용하지 않았다. 하늘하고 나무가 쨍한 햇빛을 받아서 아주 선명도가 화면을 뚫고 나올 정도다. 여름에 얘네 날씨 진짜 이렇게 좋다. 열이 지글지글 오를 정도로 무덥고 뜨겁지만 한국만큼의 습도는 아니라 그늘에만 들어가 있으면 견딜 수 있다. 어렴풋이 들리는 새소리 들리시나요?

그런데 비가 오니까 이렇게 변해버렸다. 살려줘.

소리 들리세요? 진짜 빗소리 미친거 같아. 게다가 영상 보면 알겠지만 비가 가로로 내림.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비가 대각선으로 떨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아주 가로로 날아다님. 흡사 태풍 온 모습처럼 보이겠으나 놀랍게도 태풍, 허리케인 그 어느 것도 온 것이 아니었음.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 태풍의 영향권 내에 들었던가? 아마 그랬었을 거다. 아무튼 직접적으로 태풍을 맞은 것도 아니고 집을 쓸어버린다는 토네이도를 맞이한 것도 아닌데 저 모양이다. 저 상태로 차 몰고 나가면 일단 와이퍼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움직여도 앞이 안 보인다. 나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세차장 상태라고 말한다. 왜 세차할 때 그 터널 같은데 들어가면 물이 막 미친 듯이 앞에 내리잖아? 딱 그 꼴이다. 물이 미끄러져 내리는 것 밖에 안 보여. 앞을 볼 수가 없다. 더군다나 바람까지도 이렇게 분다? 웬만한 경차는 진짜 코너 돌 때나 바람 한번 크게 불 때 휘청한다. 진짜 이건 과장도 아니고 농담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