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미국 음식 하면? - 햄버거

질긴고기 2022. 2. 4. 00:00

미국식 수제버거

미국식 수제버거라는 말이 따로 있나? 미국의 대표적인 음식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음식이 바로 햄버거(인듯 하다). 아니 나는 솔직히 미국 음식하면 떠오르는 건 추수감사절에 먹는 칠면조요리 및 거기에 부수적으로 같이 나오는 매쉬포테이토+그레이비 소스, 크렌베리소스 이런 음식들이 떠오르는데. 햄버거는 세계 어디에도 있지만 추수감사절 음식은 보통 미국에서만 먹잖아. 암튼 각설하고, 보통 수제버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하면 육즙이 줄줄 흐르는 가게에서 직접 만든 고기패티, 수북히 쌓아주는 채썬 양배추, 신선하고 커다란 토마토 슬라이스 등이 떠오르는데 뭐 그렇다. 미국에는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프렌차이저도 많지만 이런 지역 버거집도 많다.

 

로컬 버거집 풍경은 이렇게 생겼다. 펍 같아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분위기 좋아한다.

 

미국 처음 왔을 때, 그 곳 역시 깡시골이었는데 정말 깡시골인데다 나는 그때 당시 자가용도 없어서 뚜벅이 생활 또는 대중교통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음... 내가 부잣집 자식도 아닌데 유학 가자마자 자가용이 있을 리가 없지. 아무튼 그 때 12월~1월쯤이었고 한 겨울에 눈이 이미 발목을 잡아먹을 만큼 쌓여 어딘가를 걸어다니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때였다. 같이 유학온 또래들이랑 그 눈 속을 뚫고 먹을 곳을 찾아나섰다. 그 때는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며 어디에 맛집이 있네 어디에 뭐가 있네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시절이어서 (.....) 여튼 나는 친구들과 그 눈 속을 헤치며 일단 밖으로 나갔었다. 그때 한겨울이어서 6시에 나왔지만 밖은 밤 12시만큼 깜깜했던 것이 기억난다. 추위와 배고픔을 뚫고 얼마 나가다보니 웬 이상한 1층짜리 건물이 덜렁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다짜고짜 그 곳을 들어갔고 거기는 내가 처음으로 방문한 미국 레스토랑이었다. 수제버거집이었고 나는 살면서 그 때 처음으로 엄청난 크기의 햄버거를 처음 봤다고 한다.

 

과장 조금 보태서 햄버거가 내 얼굴만했고, 고기 패티는 두껍고 육즙이 줄줄 흐르며 냄새만으로도 이미 맛있었다. 거기에 채 썬 양배추를 진짜 성인 남성의 손으로 한웅큼 올리고 거기에 조금 더 올려서 꾹꾹 눌러주었다. 와 아니 이렇게 주면 남는거 있어요? 싶었다. 우리의 호들갑스러운 탄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피클, 토마토 등 부산물도 크기가 엄청 컸고 무엇보다 소스를 어마무시하게 무지막지 뿌려주었다. 이... 이것이 천조국 스타일인가. 거기에 곁들여 주는 감자튀김은 너무 굵고 너무 컸다 이정도면 소세지라고 불러도 되지 않냐 싶었다. 사이즈에서 압도된 나와 친구들은 6불 언저리 하는 거대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고 우걱우걱 먹으며 감탄을 했다. 그 때 당시 나는 한끼에 6불을 소비 하는 것이 아까울 시절이어서 먹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아가며 일주일에 한번씩만 먹기로 했었는데 초반에는 고기 육즙 맛을 잊지 못해 2~3일에 한번씩 그 햄버거 가게를 가서 나 혼자 달덩이만한 햄버거를 혼자 먹어치우곤 했다.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그깟 햄버거가 뭐라고 싶지만 춥고 배고픈데 물 설고 땅 설고 언어, 문화 다른 타지에 홀로 떨어져 있을 때 그 햄버거가 나름 나를 위로해 준(?) 고기 국밥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던게 아니었나 싶다.

 

원래 야채 부속물도 빵 안에 같이 넣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햄버거가 너무 커서 쓰러진다.

지금 보는 햄버거는 내가 유학 초창기 먹었던 그 달덩이만한 수제버거에 비해 작디 작다. 작고 소중한 크기. (......) 그래도 여기 역시 수제버거집이라 그런지 고기 육즙이 살아있고 구웠음에도 불구하고 버석버석 하거나 건조함이 없다. 직접 만든 버섯+블루치즈 소스는 진짜 느끼하지 않고 많이 짜지 않으며 적당히 맛있었다. 그래도 짜면 빵이나 옆에 야채 부스러기들을 같이 먹어주면 된다. 저 뒤에 감자튀김은 케이준이었는데 왜였는지 모르겠지만 일반 감자튀김을 주문해서 케찹을 찍어먹을 생각은 않고 케이준 감자튀김을 주문해 먹었었다. 케이준 양념이 맛있긴 하지만 너무 짜. 참고로 저 햄버거는 손으로 들고 먹지 않고 나이프와 포크를 양 손에 하나씩 들고 조각 조각 잘라먹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