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유소는 99% 셀프 주유소입니다.
100%가 아닌 이유는 내가 모르는 서비스해주는 곳을 대비해서 1%는 제외함. 그렇지만 미국 4개 주를 싸돌아다니며 한 번도 한국처럼 서비스해주는 곳은 못 봤다. 아래 사진처럼 주유기만 덩그러니 서 있고 주유는 다 셀프로 한다. 물론 그렇다고 관리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보통 옆에 주유소 편의점처럼 가게가 거의 항상 붙어있다. 한국의 셀프 주유소랑 똑같다.
한국에서는 기름 넣는다고 주로 그러던가? 기름, 가솔린, 또는 디젤 넣는다라고 표현하는데 미국에서는 퉁쳐서 gas라고 한다. 가스? 천연가스 LPG 가스차가 아닌데도 가스 넣는다고 말한다. Running out of gas 또는 Fill up the gas라고... 왜 gas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원래 언어가 그런가 아닌가. 아, 이거 혹시 가스가 가솔린의 줄임말인가? Running out of gas(oline)...? 이러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카드가 보편화되기 전, 아직도 지폐를 많이 갖고 다니던 시절, 엄청 시골지역이거나 낙후된 지역의 주유기에 카드 리더기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곳의 경우, 편의점에 들어가서 내가 몇 번 기기 앞에 차를 대놨고 거기에 얼마어치의 기름을 넣고 싶다고 하면 캐셔가 돈을 받고 해당 기기를 활성화시켜준다. 옛날엔 그랬다고 한다. 나는 카드 리더기가 고장 난 주유기 앞에 서서 옛날 구식으로 기름 넣어본 적이 있어서 대충 어떻게 굴러간 시스템이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삼성 페이, 구글 페이, 애플 페이는 아직 안 되는 곳이 많은 거 같다. 일단 나는 되는 곳을 아직 못 봤다.
체크카드(미국에선 데빗카드 debit card라고 부른다. 왜지..) 또는 신용카드를 먼저 카드 투입구에 넣고 원하는 정보를 입력해주면 카드를 다시 뱉어내고 위 사진과 같은 지시사항이 나온다. 지금 내가 사진 찍은 이 주유기는 현금 투입구가 안 보이는데 보통은 현금도 집어넣는 구멍도 같이 있다. 카드가 없고 현찰만 있다면 아까 위에 적은 것처럼 주유소에 붙은 가게로 들어가 사정을 얘기하면 된다. 하여튼 결제가 이뤄졌으면 위 사진과 같은 메시지가 나올 테고 주유기를 뽑고, 밑에 노란색 버튼을 누르면 주유 준비 완료다.
주유기를 메인 기기로부터 안 뽑고 버튼만 눌러도 안 눌리고, 주유기를 뽑고 눌러도 한국에서 하던 거처럼 빨리빨리 하면 얘가 인식 못해서 버튼 누르라고 불을 깜빡깜빡할 수도 있다. 저 위에 지시사항이 화면에 뜨면 찬찬히 주유기를 뽑아 들고, 버튼을 누르고, 화면에서 이제 주유하라 할 때까지 조금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도 좋다. 아니 안 그러면 기름이 안 나온다니까? 아까도 애꿎은 주유기 손잡이만 쥐어짰는데 저 기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기름 안 나온다.
자, 세 가지 옵션이 있다. 나를 세 가지 선택의 길로 이끄는 악마의 버튼... 뭐 이런 거 아니다. 쫄지 말고 겁먹지 말고 정말 잘 아무것도 모르면 가장 싼 87번 버튼을 누르면 된다. 저 87은 87불이라는 뜻도 아니고 가솔린과 그 안에 들어간 기름 레시피의 조합 네임이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가솔린과 다른 무언가의 섞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면 낮은 숫자 일단 넣으라는 이유가, 가솔린 말고 다른 섞은 부산물이 엔진 통 안에서 다 소진되지 못하면 그게 내 차 엔진 통에 계속해서 남게 되고 불완전 연소로 인해 차가 결국엔 망가지는 결과를 초래한단다. 이건 너무 겁 준듯한 느낌인데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른다. 별고 관심도 없고.
내 차를 망가뜨리고 싶지도 않고 헤매고 싶지도 않으면 보통 차 주유구 덮개를 열어보면 보통 나와있다. 위 사진을 보면 내 차는 레귤러 87번을 넣으라고 친절하게 써져있네 ㅇㅇ 저 91은 아마 멕시칸 쪽에서 쓰는 비율 코드인가 보다.
옛날 미국 가솔린에는 납이 함유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과학자가 오랜 시간에 걸쳐 거대한 주유 회사들을 상대로 미국 국민의 건강에 대해 호소했고 결국 그게 성공해서 미국의 가솔린은 납-프리 가솔린이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가끔 몇몇 주유소에는 그것을 증명하듯 납이 들어있지 않다는 문구가 버튼에 작게 써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음.. 이 주유소에는 그런 게 없었다. 뭐지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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